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…

바람이꾸는꿈 0 503
스며드는 것

꽃게가 간장속에
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
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때
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
꿈틀거리다가 더 낮게
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
버둥거렸으리라
버둥거리다가 어찌할수 없어서
살속으로 스며드는 것을
한때의 어스름을
꽃 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
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
가만히 알 들에게 말했으리라

저녁이야
불 끄고 잘 시간이야

ㅡ 안도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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